숭인지하차도 공사를 통해 본 배다리의 과제
민 운 기
지난 해 12월 오랫동안 닫혀져 있던 배다리 우각로 변 숭인지하차도 주변을 감싸고 있던 철재 울타리를 철거하면서 일대 논란이 발생하였다. 이 지하차도는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를 내기 위해 경인철로 복복선 공사 당시 아래 부분을 뚫어 가운데에는 양차선으로 활용할 두 개의 통로를 확보하고 바깥 쪽으로는 보행로 두 개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철재 울타리는 다름 아닌, 이어질 배다리 금창동 3구간 공사를 마무리하는 시기까지 이곳에 대한 출입을 막기 위해 ‘임시로’ 보행로 1곳(우각로 쪽에서 보았을 때 우측)만 남기고 설치한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산업도로 무효화 싸움이 전개되면서 5년의 기간을 방치된 상태로 보내다가 최근 도로 공사 백지화 방안이 거론된 와중에 이를 철거하고 이곳을 정비해달라는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중구 출신의 한 시의원이 예산을 반영하여 공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닫혔던 철재울타리, 드러난 네 개의 지하통로
문제는 철재 울타리 철거로 그 동안 막혀 있던 숭인지하차도가 드러나면서 네 개의 통로에 대한 활용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여기에 민감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그 동안 산업도로 싸움을 벌여온 <중 동구 관통 산업도로 무효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줄임말로 ‘주민대책위’) 소속 분들과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줄임말로 ‘배다리위원회’) 위원들이었다. 실제 이곳은 법적 높이 4.5m에 못 미치는 3.6m 밖에 안 되어 산업도로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이 2008년 주민감사청구 결과 이미 확인이 된 바였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공사 내용을 알아본 즉, 네 개의 통로 모두 사람 통행이 가능하도록 열고 우각로 변에는 보도블록을 깔고 신흥동 경인국도 변은 아래의 지하차도로 연결하는 계단을 만들고 한쪽으로는 자전거 내지는 장애인용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주민대책위와 배다리위원회 분들에다가 이곳의 일부 문화공간 운영자들은 신흥동 방면에서 오는 차량들의 직진에 대한 욕구가 증폭되어 지하도로의 형태로라도 배다리 관통 여론이 올라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와, 실제 네 개의 통로가 모두 열려 있다 보니 신흥동 쪽 차량의 소음과 매연이 금창동으로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음과 동시에 빠른 차량의 흐름이 배다리 마을의 안온함을 깨뜨리고 이곳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양쪽 보행통로만 사용하고, 가운데 차량용 통로 두 곳은 막아달라는 의견을 현장 공사 담당자에게 전달하였다. 공사 담당 기관인 종합건설본부와 시공사인 H건설 측은 겉으로는 이동의 쾌적성과 편리함을 내세우고 있으나 내심 이곳을 크게 뚫어놓으면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지나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는 일부 주민 분들의 요구를 근거로 변경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때부터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는데, ‘숭인지하차도 대책위’(?, 이하 ‘대책위’)는 종합건설본부 공사 담당자를 찾아가고, 예산을 반영시킨 시의원의 입장을 확인하고, 구청장님은 물론 구의회 쪽으로도 상황을 알렸다. 한편으로 ‘대책위’ 모두가 차량용 통로를 막는 데는 동의하지만 통행을 막아 사용할 수 없게 된 공간 및 그 외의 주변 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서로 달라 긴급 모임을 갖고 상의를 통해 통일된 안을 만들어내었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차량용 통로는 외국의 도시에서도 좋은 사례가 있듯이 철도청과 상의하여 적절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일단 막고, 우각로에서 차량용 통로로 이어지는 앞부분은 나무나 꽃을 심을 수 있도록 남겨두고, 좌측 보행로 바깥쪽의 경우 평상시에는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고 매달 한 번 열어온 벼룩시장을 이곳에서 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대책위’는 이를 그림을 그려가면서 상호 확인을 하였고, 이 그림은 다음날 오전 마침 동구의회 의장님과 막간의 차이로 현장을 방문한 동구청장님께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넘겨드리게 되었고, 결국 종합건설본부 측에 전달되어 공사에 최종 반영되었다.
잊어버린 산업도로의 교훈
현재 숭인지하차도 정비 공사는 대략 마무리되어 ‘대책위’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략’ 이루어지긴 했으나 여러 가지 살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드러내었다. 그 하나는 공사가 시작되면서 불거진 일련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연관 주체들 간의 소통과 연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원을 넣었다는 중구 쪽 거주민과, 이를 근거로 공사 예산을 확보하고 내맡긴 시의원과, 공사를 담당했던 종합건설본부와 시공사, 이 같은 사실을 나중에야 확인하고 배다리 및 동구 쪽 관계자들이 나서서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따로국밥’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그 동안의 산업도로 갈등을 통해 하나의 공사나 계획을 둘러싸고 다양한 입장이 부딪힐 수 있음을 알만도 할 텐데,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이렇다 할 상의도 없이 관행적으로 일처리를 시도하다 이러한 사태(?)를 또 다시 초래한 것이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산업도로의 교훈을 잊어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직도 ‘대책위’는 안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중구 출신 시의원이 의회에서 차량용 통로를 막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공사에 사용한 재료나 처리한 시공 방법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어디에나 쓰는 경계석 놓고, 보도블록 깔고, 벽면 마감재 처리하는 등 그저 ‘용도’와 ‘편의’에만 신경을 썼을 뿐더러 이마져도 깔끔하고도 재치 있는 마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 하나 배다리마을의 특성을 감안하여 조화롭고 매력 있게 만들어보려는 생각과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차원에서 문화지구 지정을 위한 타당성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고, 한쪽에서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동안 해오던 방식대로 무난하게 끝내려는 데에만 관심이 가 있는 듯하다. 결국 공사를 마친 후의 이곳의 풍경은 배다리의 세월을 함께한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질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차가운 겨울날씨와 겹치며 무미건조하고 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슷한 시기 인접 장소에서 시행한 공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창영초등학교와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동구자원봉사센터 앞의 <자투리 땅을 활용한 도시 숲 조성사업>이다. 이곳은 몇 년 전에 배다리마을의 한 문화공간이 이곳의 조건 및 이를 활용할 아이들과 주민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지만 그 나름 개념과 철학을 반영한 쉼터였는데, 오래되어 낡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동구청이 나서서 새롭게 바꾼다고 하는 것이 이를 잘 살려 더욱 발전시키기는커녕 다 들어내고 어떤 컨셉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개념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조속한 민ㆍ관 협의체 구성과 ‘도시디자인’ 개념 도입의 필요성
결국 이러한 상황을 맞으며 드는 생각은 그 동안 배다리위원회가 제안해 온 민ㆍ관 협의체는 물론 이를 넘어서는 각 분야 및 관련 주체들과의 긴밀하고도 원활한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및 가동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작은 일을 하더라도 관련 당사자들에게 알리고 지혜를 모아 역할 분담을 이루는 태도와 과정이 자연스런 습성으로 몸에 배어야 되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창조도시 만들기”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 그 이면에는 바로 이러한 네트워크가 밑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에 인천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자칫 통행로를 두고 중구와 동구 간에 발생할 수도 있는 갈등의 소지도 없겠지만 설다 드러나더라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접하며 배다리위원회도 많은 역할과 역량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좀 더 넓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결합되어 있었다면 저마다의 관련 지식과 능력을 발휘하여 창의적인 방법을 마련하고 제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현재의 실정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이를 토대로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도시디자인’ 개념의 도입이다. 이는 하나의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가꾸어가기 위해 보도블록 하나를 깔더라도 그 재질과 모양의 선택에서부터 마감에 이르기까지 해당 지역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반영하거나 이를 새롭게 창출하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이왕 할 바에는 주민들에게 그 권한과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이와 관련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는데, 다름 아닌 일본의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작은 어촌마을 마나즈루(眞鶴) 이야기다. 이 마을은 ‘도시디자인’이라고 하여 어떤 전문가에게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디자이너가 되어 마당을 꾸미거나 돌담을 바꿀 때 오랜 시간 주민들과 합의하여 만든 ‘미의 기준(美の基準)’이라는 디자인 지침서를 엄격히 준수하고, 자재 또한 가급적 해당 지역에서 나는 것을 활용하는 등 ‘풀뿌리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마나즈루 사례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우리의 경험이나 의식 수준으로 볼 때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은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총괄기획가 제도를 두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아무리 주민들이 디자이너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일관된 원칙과 방향 속에서 제반 사업이나 소소한 일들이라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조경업체에 대한 관행적인 공사수주 및 위임 방식으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
결국 네트워크 구축과 도시디자인 개념의 도입은 상호의존적이다. 역사문화마을을 꿈꾸는 배다리가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앞서 보여주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두고 바람직한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의 숭인지하차도 공사 건은 우리의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주었다. 중요한 점은 여기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알고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음은 물론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다리는 여타의 마을과 다를 바 없는 ‘역사’와 ‘문화’의 껍데기만 두른 평범한 동네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민운기ㅣ편집주간, 배다리 역사문화마을만들기위원회 실행위원
minoong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