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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1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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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트라이볼



민주적ㆍ공공적 성격을 확보하지 못한 트라이볼 
 
지난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이하 '도시축전')을 기념하고 홍보하는 상징적 건축물로 송도국제업무단지 내에 지은 트라이볼(Tri-Bowl). 총 사업비 250억원, 대지면적 12,300㎡, 연면적 2,764㎡, 최고 높이 18.8m,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이벤트홀과 다목적홀, 디지털 라이브러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트라이볼은 하늘(공항), 바다(항만), 땅(광역교통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송도국제도시(비즈니스), 청라(레저), 영종(물류)을 의미한다고 하는 크고 작은 사발 모양 세 개가 연결되어 독특한 형태를 드러낸 데다 세계 최초 역쉘(易 shell)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트라이볼은 3차원 곡면의 형태로 내부에 기둥이 없는 무주공법(無柱公法)으로 시공된 독특한 건물"이라며 "이미 송도국제도시에 조성된 다른 건축물들과 함께 송도의 명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공사 담당 P건설 관계자의 언론 소개 내용을 보면 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건축물은 지식경제부 2010 우수디자인(GD)상품과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 건축적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건축물 자체가 훌륭하더라도 건립 취지나 목적, 활용이 민주적이고도 공공적인 성격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건축물 건립 배경이 되었던 도시축전은 시민들과의 사전 논의나 공감대 속에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당시 인천시장 개인의 정치적 야심 속에 도시 전역에 벌여놓은 개발사업 과 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을 문화적으로 호도하고 홍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었고, 결국 흥행(?)에 실패하며 현재의 시 재정 파산 위기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쨌든 그 일환으로 트라이볼을 건립하여 일정 부분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행사 기간에 맞추어 완공하고 보여주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인천도시개발공사에 위탁운영을 맡긴 것 이외에는 이 건축물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나 보다. 결국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마친 후 전문적인 운영 주체도, 원칙도 없이 임시방편으로 그동안 '백남준 특별전' '성서사물특별전시회' 등을 열었고, 현재에는 '헬로 키티 플래넷' 전시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운영주체와 위수탁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트라이볼

 

이렇게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트라이볼 활용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오는 6월 인천도시개발공사 위탁운영이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인천시가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아 나선 이래 현재 인천문화재단과 위수탁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인천문화재단은 수탁사업심의위원회를 통해 수탁 여부를 결정짓는대로 수탁준비팀을 구성, 운영하면서 세부운영계획과 필요시설 구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실질적인 운영은 인천아트플랫폼에 맡길 예정이라고 한다. 애초 얄팍한 건립 취지나 목적은 물론, 거액의 시민 세금을 들여 지어놓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이르게 된 데 책임을 지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마냥 놀릴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이제 누군가 이를 맡아 제대로 운영을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주체가 운영을 맡게 되더라도 이 건축물이 지닌 정치적, 경제적, 공간적, 문화적, 미학적 맥락과 상호 연계성을 고려하고 관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트라이볼이 위치하고 있는 송도신도시는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의 논리 속에 계획적, 인위적으로 조성하였고(심지어 나무 한 그루 내 마음대로 심을 수 없고 내가 원하는 형태의 벤치 하나 설치할 수 없다) 이는 현재에도 온 도시 공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을 오로지 투자와 이익의 관점에서 '프로그래밍'하였고, 그러한 관점에서 '세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곳에서 자율성, 자발성이나 삶의 논리는 끼어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도시가 제공하는 모든 제도적, 편의적 요소를 아무리 '주체적'으로 활용하고 소비한다 하더라도 이미 계획하고 의도한 프로그램 내에서 허용하고 있는 예측된 움직임의 일부일 뿐, 결국 자본주의 논리의 충실한 재생산 기제에 다름 아니다. 문화와 예술도 예외가 아니었고, 오히려 이의 홍보를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도시축전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고, 트라이볼 또한 그 일환으로 지었음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 외에도 도시축전 행사의 일환으로 시작하여 2010년에도 연속 개최한 투모로우시티에서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Indaf), 1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 송도아트센터 건립 사업,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신개념 문화공간'을 표방하며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팝콘(POP CON)시티, 지난해 송도세계문화축제의 일환으로 마련한 맥주축제, 커낼워크에서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송도 벼룩시장 굿마켓(Good Market), 얼마 전 언론에 소개된 K-팝(pop) 전문공연장 설치 계획 등을 보면 그 어디에도 문화와 예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율적, 자생적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송도신도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내지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트라이볼 운영은 바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즉, 인천시가 문화와 예술을 송도신도시 홍보를 위한 도구적 차원에서 접근, 활용해왔고 트라이볼 또한 그러한 목적의 연장선상에서 건립, 운영해오다 여의치 않자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아 나선 형국이라고 본다면, 트라이볼 운영은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기존(관) 시선과 태도, 방법과 과감한 단절을 이루어내어 제대로 자리매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물론 이는 트라이볼이나 송도신도시에만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체에 의한 트라이볼 운영은 송도신도시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삶의 논리, 예술의 논리로 전환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상징적 선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송도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에는 이러한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본다. 즉, 투자유치와 기반조성비용 확보의 일환으로 앞서 열거한 문화 예술 관련 시설이나 행사 이외에도 이런 저런 맥락 없는 정체성 부재의 '짝퉁' 명품 시설이나 콘텐츠들을 급조 내지는 수입하여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은 데다, 주인(의식) 없고 썰렁하기 그지없는 도시에 누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겠는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안 되면 다행이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삶의 논리 차원에서 운영되어야   
 
그렇다면 트라이볼 운영의 방향이나 성격은 분명하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예술의 논리가 도시를 더욱 활력 있고 풍요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송도신도시 내지 경제자유구역조성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견인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예술은 도시를 구성하는 그럴듯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니라 도시 자체의 획일적 사고와 가치관에 균열을 일으키고 공간적 답답함을 뜷어주는 전복적이고도 발칙한 상상력과 실천성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트라이볼은 이러한 전환과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문화적 거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주체에 의한 트라이볼 운영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문제는 위탁 주체인 인천시가 과연 이 정도의 파격과 이를 위한 자율성을 허용하고 배려할 수 있는가이다.(여전히 의구심을 풀 수 없는 것이 2014년 아시안게임 기간 중 시립미술관을 개관하지 못한 상황에서 트라이볼을 분관 형태의 임시미술관으로 활용하여 인천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무언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중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탁 기관인 인천문화재단 내지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될 인천아트플랫폼이 이를 확보할 적극적인 의지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가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트라이볼 운영과 관련하여 이 기회에 우리 문화와 예술이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천문화재단 차원의 공론화 작업과 더불어 지역사회도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민 운 기 ㅣ 스페이스 빔 대표

 

 

[인천in]2012_04_17
http://incheonin.com/detail.php?number=17664&thread=35r05